2020년 활동 계획

이종건 사무국장
2019년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변화의 열망이 식지 않은 채로 시작된 한 해였건만 쫓겨나는 이들의 변함없는 처지에 실망하고, 때론 주저앉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 사람이 있다!'고 당당히 외치는 현장의 목소리와 그 자리에 십자가를 세우는 옥바라지선교센터와 함께 걸어주시는 동역자들이 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월 개포동 철거 투쟁 연대를 시작으로 건대입구역 미용실 '헤어109' 강제집행, 청계천·을지로, 노량진 수산시장 등 쫓겨나는 이웃들의 소식에 귀 기울이고, 발걸음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수협의 개발야욕과 서울시의 방관 아래 쫓겨난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9월부터 매주 화요일 노량진역 앞 농성장에서 현장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고난 중에 있는 궁중족발 역시 이전과 같이 매달 첫째 주에 모이며 옥중에 계신 사장님의 평화와 남겨진 이들의 연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궁중족발 투쟁으로 인해 시작된 법정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실무자와 연대인, 사장님을 포함한 수십 명이 고통 속에 있지만, 지혜를 모으며 담담히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 자리마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주시고 몸은 괜찮냐, 부족한 것은 없느냐 묻고 물심양면 나서서 도와주셨던 회원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2019년은 전국 반빈곤 단체들의 연합체인 '빈곤사회연대'의 집행단체로 함께 하게 되며 '쫓겨남이 없는 세상'의 구상을 더 구체적으로, 더 전면에서 그려갈 수 있었습니다. 빈곤사회연대 주관으로 매월 셋째 주 수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는 '강제퇴거 OUT 세수문화제'에 참가하며 다양한 빈곤 현장을 기독인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고,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과 준비에 참여하며 오늘날의 반빈곤 사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경험하고, 배울 기회들이 주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들을 소중히 여기고 옥선의 사역이 더 풍성해질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합니다.
2020년이 이렇게 훌쩍 다가왔습니다만, 쫓겨나는 이들의 현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집'을 걱정해야 하고, 누군가는 반지하 옥탑살이를 해야 합니다. 3평 남짓 쪽방살이를 해야 하고, 누군가는 하늘을 지붕 삼으며 살다 연고 없이 죽어 장례도 치르지 못 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웃 가게가 건물주의 터무니 없는 횡포에 쫓겨나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단지 성실하게 사는 것만으로는 '소박하고 안전한' 생활을 도모할 수 없어 투기만이 답이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지난 시간을 일컬어 '촛불혁명'이라 하기도 합니다만 적어도 '주거'의 문제와 공간을 '투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삶의 공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에 있어서만큼은 지난 정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는 답답한 현실입니다.

2020년에도 옥바라지선교센터는 궁중족발의 두 사장님, 연대인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매월 모이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에 진행되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과의 예배 또한 계속해서 진행됩니다. 이웃해 있는 반빈곤 단체들과 함께 빈곤의 뿌리를 바꾸기 위한 법 개정, 직접행동 또한 우선 과제로 수행하겠습니다. 다양한 경로로 회원 여러분에게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마음과 시간이 허락되시는 만큼, 함께 걸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2019 옥선 후원의 밤'을 통해 한 해를 정리하고, 오래간만에 얼굴들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느 해보다 많은 회원여러분이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마주한 얼굴들 사이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크게 웃기도 했습니다. 그 따뜻함이 옥바라지선교센터의 2020년을 보낼 수 있는 힘입니다. 회원 여러분에게 받는 것의 반이라도 돌려 드릴 수 없는 작고 연약한 단체입니다. 그럼에도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쫓겨나는 이들의 현실 가장 최전선에 십자가를 세우며 함께 예배드리는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 일을 가장 잘하는 옥바라지선교센터가 되겠습니다.
"쫓겨난 당신들이 하늘 끝에 가 있을지라도, 주 당신들의 하나님은, 거기에서도 당신들을 모아서 데려오실 것입니다." -신명기 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