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석

사무국을 떠나면서



윤성중 전 사무국 간사

이제는 '전' 사무국 간사가 되었군요. 1년 반가량 사무국에서 일했던 윤성중이라고 합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궁중족발에서 연대인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있었고요, 김우식 사장님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과 이로 인해 벌어진 상가법 개정 운동도 제가 간사로 재직하는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배웠습니다. 그동안의 경험들과 생각들을 다 꺼내놓을 순 없지만, 이 지면을 빌려 한두 가지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제가 맡았던 업무 중 가장 재미있는 일은 사진 찍는 일이었습니다. 열심히 싸우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현장을 기록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기억하는 것 또한 투쟁의 한 방법일 테니깐요. 아쉽게도 제가 그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 사무국을 그만둔 지금도 사진 정리를 하고 있는데요, 사진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참 다양한 얼굴들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모양이지만 궁중족발의 곁이 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 자신이 지닌 아픔을 통해 우리의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사람들, 누구도 쫓겨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두 손 모으는 사람들, 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옥선에 있으면서 가장 좋았던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저에게 있어서 단지 곁에 두기 좋은 사람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교회'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신학을 전공했는데, 신학교에 들어갈 결심한 시점부터 교회는 저에게 있어서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국교회는 망했고, 저는 이 망한 교회에서 무언가 희망을 발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있어서 고통의 현장에서 손을 맞잡았던 이들은 제가 가지고 있던 관심과 그 관심으로부터 촉발된 질문들에 대한 답이 되어 주었습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이들을 통해 희망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옥선에서 만났던 이들을 통해 무려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옥선이 현장에 천착하여 뿌리내리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시의 주변부로 밀려나 일상을 잃은 사람들과 함께하려 애씁니다. '적어도 옥선에게 있어서 세상의 중심은 아픔이 있는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여타 다른 것은 부족한 단체일지 모르지만, 현장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는 점에서 옥선은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따라 김우식 사장님이 삶아 주시는 족발 한 접시가 그립습니다. 아마 우리는 궁중족발이라는 공통의 기억을 공유하면서 서로도 모르는 중에 곁이 되었나 봅니다. 저는 앞으로도 옥선이 우리 사회에 가시화되지 않은 이들의 곁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기존의 기독교 사회운동이 추적하지 못하던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을 찾았듯 말입니다. 편이 되어줄뿐더러, 곁이 되어서 그들의 오랜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비록 사무국은 떠나지만 옥선이라는 든든한 단체가 있다면, 저도 힘을 내어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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