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연주 - 옥선극장 상영작 <꿈의 공장> 리뷰

황푸하 예전과신학위원회 분과위원장
아는 얼굴들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젊은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임재춘 동지, 이인근 동지, 함께 연대했던 동지들, 그리고 2008년도 홍대를 주름잡았던 밴드들의 얼굴들 말입니다.
필자는 2007년부터 홍대 근처 클럽 빵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빵 밴드들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골든팝스, 로로스, 미내리, 데이드림, 비둘기우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의 밴드들이 그런지록, 슈게이징 등 다양한 장르의 씬을 형성했고, 이영훈, 소히, 이장혁과 같이 통기타를 사용하는 솔로 음악가들은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포크의 매력을 지금 까지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클럽 빵은 한 달에 한 번, 콜트콜텍 수요문화제를 진행했었는데요, 덕분에 음악가들은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투쟁과 자연스럽게 함께했습니다. 클럽 빵의 음악가들은 수요문화제를 통해 클럽 안에서 노래했고, 클럽 밖으로 나가 공장과 투쟁 현장에서도 노래하며 해고노동자들과 함께했습니다.

노동자들은 곧 '콜밴(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밴드)'이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콜밴과 같이 공연하게 된 날, 필자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왜냐하면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이 치는 기타 실력은 얼마나 위대할 것인가! 걱정했기 때문인데요, (필자는 간혹 이렇게 함께 공연하게 된 팀에 대해 유치한 경계를 하고는 했습니다. 실력이 너무 차이 나면 못한 쪽이 관객의 기억에서 지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흑흑 ㅠㅠ)
하지만 필자의 걱정과는 달리 콜밴은 기타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들이었습니다. "저분들은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이구나"하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스스로 얼마나 안도감을 가졌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콜밴의 성장은 계속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늘어가는 실력을 보면서 길어지는 투쟁의 기간도 실감했습니다.
2011년 공장으로 연대 공연하러 갔던 어느 겨울날, 기타노동자들은 필자를 반갑게 맞아주면서 "동지!"라고 불러주었습니다. 필자에게는 그 "동지!"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아직도 잊을 수 없을 만큼 가슴 깊은 곳에 콕! 하고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 고장 난 필자의 통기타도 그 자리에서 뚝딱 고쳐주었습니다. 필자는 공장에서의 연대를 통해 이 사람들은 원래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 사진 네이버영화
영화 <꿈의 공장> 안에는 기타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조명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대조적으로 기타를 치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많이 보여줍니다. 그런데 보통 기타를 치는 사람들은 기타에 관심이 있지,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기타를 치는 사람들은 기타의 브랜드와 모델, 그 기타의 성격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더욱더 깊게 들어가면 어떤 나무를 사용하는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합니다만, 그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필자 또한 그랬고, 주변의 다른 연주자들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해고당한 기타노동자들과 함께 연주하고, 연대하면서 많은 밴드도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필자가 열심히 돈을 모아 산 기타 또한 소중하듯 그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의 삶 또한 소중하다는 것, 이 간단한 문장을 이해하기까지 많은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빵을 먹으면서 그 빵을 만드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 자주 가던 식당에서 음식을 즐기면서 그 식탁을 만드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쎄시봉이 유행을 하고부터 한국에서는 기타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기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가성비 좋은 기타 브랜드를 검색하고, 구매를 했겠지요. 그러나 그 가성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한국의 공장과 노동자들을 해고했다는 사실은 우리의 소비를 슬프게 만들지 않습니까?

▲ 사진 네이버영화
영화 <꿈의 공장>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기타를 치는 사람들과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 권리를 위해서 함께 싸웠다고 말입니다. 노동하는 사람과 연주하는 사람은 절대로 분리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우리에게 <꿈의 공장>은 무엇일까요? 노동자들이 내일에 대한 불안 없이 떳떳하게 기타를 만드는 공장, 그 공장에 대한 바람을 넘어서 바로 그 아름다운 노동이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과도 연결되는 곳일 겁니다. 참 이상적이네요. 현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이 이상과 거리가 멀죠? 노동자들이 그 권리를 빼앗기고 공장에서 쫓겨나는 것이 현실이기에 우리들이 그 꿈을 꾸는 것이기도 하겠죠.
그러나 신기한 것은 우리의 지난 투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노동과 연주를 같은 그릇 안에 담았습니다. 필자는 그 투쟁과 연대라는 그릇 안에서 꿈의 공장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