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구석에서 그리는 사계절

2020년 1월 6일 업데이트됨

구석 홍보와기획위원회 운영위원

겨울, 서촌 궁중족발에서 처음 만난 옥바라지선교센터는 낯설었어요. 누군가 겨울이라 말하면 떠오르는 그림들이 있잖아요. 뽀득뽀득 소리 나는 눈을 밟는 길고양이, 노란 전구로 빙빙 둘러싸인 나무들, 입을 열 때마다 퍼지는 허연 입김 같은 것들 말이에요. 옥바라지선교센터는 이 추운 겨울에, 가장 추운 세상의 구석으로 모였어요. 온몸을 꽁꽁 싸매고 강제집행을 막아내던 철문 밖은 너무도 추웠어요. 하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뜨거운 기도로, 아름다운 노래로 가득한 철문 안은 그 겨울 가장 따듯했어요. 이들과 있을 때면 추워도 춥지가 않아서, 낯설었어요. 이들은 어떤 겨울을 그리는지. 그 그림을 나도 함께 그릴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봄, 장위 7구역에서 옥바라지선교센터는 용기였어요. 누군가 봄이라 말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잖아요. 날 좋은 날 여기저기 깔린 돗자리, 거리마다 활짝 핀 선명한 꽃잎, 새로움으로 가득 찬 공책 같은 것들 말이에요. 옥바라지선교센터는 이 따듯한 봄에, 가장 잔인한 세상의 구석에 모였어요. 세상은 번지르르한 아름다움을 속삭이면서, 약한 것들을 잡아먹는 괴물 같았어요. 새까만 옷을 입은 거대한 용역들 사이에서도 이들과 있을 때면 두려워도 두렵지가 않아서, 나는 더 용감했어요. 옥바라지선교센터가 그리는 봄이 나의 봄과 닮아 있었어요.



여름, 경의선 공유지에서 옥바라지선교센터는 함께였어요. 누군가 여름이라 말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잖아요. 시원한 바다 위로 첨벙대는 물방울,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땀방울, 쨍쨍한 태양과 더 푸르를 수 없는 풀 같은 것들 말이에요. 옥바라지선교센터는 이 화창한 여름에, 가장 무더운 세상의 구석에 모였어요. 각자의 소중한 물건과 시간을 내어 벼룩시장을 열었어요. 천막으로 그늘을 만들었고, 열심히 부채질도 했어요. 함께 뜨거웠어요. 옥바라지선교센터와 함께 여름을 그렸어요.


가을, 서대문에서 옥바라지선교센터는 위로였어요. 누군가 가을이라 말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잖아요. 세상 따듯한 색으로 물든 단풍, 어디에 스쳐도 기분 좋은 바람, 조금씩 두꺼워지는 외투 같은 것들 말이에요. 옥바라지선교센터는 이 풍성한 가을에, 가장 쓸쓸한 세상의 구석에 모였어요. 예상할 수 없는 내일과 사라져버린 어제를 견뎌야 했어요. 우리는 서대문 옥바라지 선교센터 사무실에 모여 기도했어요. 한백교회에 모여 노래를 만들어 불렀어요. 옥바라지선교센터는 매일의 오늘의 위로였어요.


옥바라지 선교센터는 세상의 구석으로 나아가요. 구석이 더는 구석이 아니게 되는 그날을 꿈꾸며 사계절을 그려요. 낯설었고, 용기였고, 함께였고, 위로였던 옥바라지 선교센터와의 새로운 계절을 기대합니다. 고마웠고 앞으로도 미리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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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바라지선교센터  |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11길 20   |   theoun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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