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을지OB베어에 시도된 부동산 명도 강제집행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관련 1심 판결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26호에서 진행되었다. 1심 판결의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1단독, 부장판사 김창모,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고단2624) 는 을지OB베어의 최수영 사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을지OB베어 공동대책위원회 김종일 전 대표에게는 실형인 징역 10개월을 선고하였다.
이 같은 판결은 끝내 강제집행으로 쫓겨난 아픔을 딛고 어렵게 새 출발을 한 소상공인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무너지게 할 만큼 가혹한 처사이다. 더구나 뇌경색 후 거동과 소통이 어려울 만큼 위중한 상태인 김종일 전 대표에게 ‘항고하지 않으면 일주일 후 구치소 가야 한다.’를 아무 감정도 없이 선고하던 재판부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쟁점이 된 특공방 혐의의 해당사건인 2차 강제집행 시도(2021년 3월 10일)는 코로나19로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가 진행되던 시기였으나, 사설용역 100명을 동원하며 시민들을 위협해 논란이 되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의 일관된 진술로도 알 수 있듯, 집행관은 집행고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 신분도 정체도 불분명한 사설용역들이 시민들과 이웃 상인들에게 욕설과 실랑이, 몸싸움을 유발하는 것을 멀찍이 떨어져 관망하고 있었다. 급박한 현장 상황에서도 최수영 사장과 활동가들은 보이지 않는 집행관을 찾아가며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청했다. 또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준동하는 용역들을 자제시켰던 것은 집행관도 경찰도 아닌 시민들과 이웃 상인들이었다.
이번 판결은 대화를 거부하는 건물주 앞에 대항력 없는 상가세입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화시도에 불법의 낙인을 찍는 판결이다.
또한 공무 중임에도 사실상 사설 용역에게 집행 전반에 대한 권한을 맡겨놓곤 현장책임을 방기한 집행관의 행태를 용인한 바, 가히 최악의 판결이라 하겠다.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미비함을 폭로하며 투쟁했던 궁중족발의 사례는 사설 용역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당시 관리되지 않는 사설용역의 폭력으로 인해 강제집행 중 궁중족발 사장의 손가락을 부분절단 되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집행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으나, 이후 을지OB베어에 이르기까지 강제집행 현장에서의 상황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을지OB베어가 쫓겨난 중구 관할 내 ‘명동 재개발 2지구’의 상가세입자들은 언제 들어올지 모를 강제집행을 막아내고 시행사와 대화하기 위해 현재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세입자의 권리가 적극 보장되지 않는 제도적 미비함 속에 오늘도 많은 상가세입자들은 용역을 동원한 강제집행 상황에 놓여 있다.
1심 판결에서 간과된 집행관의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은 사설용역 고용이라는 폭력의 외주화가 불러온 결과이다. 강제집행이 공무라고 한다면 집행의 과정 또한 집행관의 관리감독 아래 투명하고,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 강제집행 현장에서 집행관과 법원노무자가 아닌, 사설용역의 사적 폭력이 용인될 것이 자명하다. 이로인해 더욱 첨예한 폭력 상황과 인명피해가 야기될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공대위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수많은 탄원과 공판현장을 향한 연대의 발걸음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여전히 을지OB베어를 지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공대위와 변호인단은 부당한 재판 결과에 대해 분노하며 항소하였다. 생존을 위한 상가세입자의 투쟁이 불법의 낙인이 되며 사설용역의 폭력이 정당화되는 강제집행 현장에서의 관행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2심 재판에서 올바른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재판의 전 과정을 공론화하며 투쟁해 나갈 것임을 연대하는 이들 모두의 이름으로 분명히 선언한다.
2023년 7월 14일
을지OB베어공동대책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