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바라지선교센터 제5회 정기총회 선언문]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다만 나그네이며, 나에게 와서 사는 임시 거주 자일 뿐이다." (레위기 25장 23절)
단지 종이 한 장의 권리, 오직 소유권만이 우리가 주장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 단정 짓는 세상에 반대한다. 골목을 떠나지 않고 장사할 수 있는 비법이 건물 매매와 투기 밖에 없다는 궤변에 반대한다. 불안정주거와 정주할 수 없는 삶에 대한 대답이 주택 소유뿐이라고 말하며 공급과 용적률만 주문처럼 외는 현 체제에 반대한다. 대책 없이 개발하고 끊임없이 쫓겨나는 불안한 삶들을 담보 잡아 소유가 만능이며 그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하는 협박에 우리는 반대한다.
땅은 하나님의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영원히 소유할 수 없고, 임의로 경계 지을 수 없으며, 폭력으로 짓이겨 깃발을 꽂는다 한들 내 것이 되는 소유의 세상이 아니다. 우 리에게 한시적으로 맡겨진 세상과 한정된 땅은 그 장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그곳에 삶을 꽃피워 영위하는 이들에게 허락되었을 뿐이다. 그러니 당신의 자리에서 존재 하는 모든 이가 이 땅을 허락받은 이들이며 하나님의 땅을 풍성케 하는 청지기임을 우리는 신앙으로 고백한다.
그 단단한 고백 위에서, 우리는 42년간 같은 자리에서 장사한 한 맥주집의 고집과 문 간 닳도록 오가며 서러운 마음 위로했던 단골들의 애정이 얇디얇은 종이 한 장의 권리보다 앞서 있음을 선언한다. 공공도매시장으로 설립된 이래 손에 물마를 날 없이 장사하며 수산물을 공급해온 시장 상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들을 끌어내 끝끝 내 시장을 철거할 수 있는 권위가 종이 한 장의 권리에 있음에 분노한다. 소유권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모든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무책임한 정치에 저항한다. 세입자의 눈물과 철거민의 죽음 위에서 용적률을 완화하고 대출과 투기를 권장하며, 어렵게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원안으로 되돌리겠다는 예고된 폭력에 결연히 맞설 준비를 한다.
우리의 다짐은 옥바라지 골목의 한 여관에서 시작했다. 아현포차의 서러움에서 움텄고, 궁중족발의 철문 안에서 분명해졌다. 이제 우리는 구 노량진수산시장, 을지OB베어 투쟁의 승리를 향해 굽힘 없이 걸어간다. 그리하여 주거권이 종이 한 장 소유권의 권세를 이기는 세상, 쫓겨남이 없는 세상을 우리는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
2022년 3월 21일
옥바라지선교센터
